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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사망플래그

나의 사망플래그가 그칠 줄 모른다 ~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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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e Hearts』에서의 해롤드 스톡스는 이도류를 사용하지 않는다.
게임에서의 장비는 검은색 직검 한 자루 뿐이며, 현재 해롤드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수정이 박힌 검은 애당초 있을 리가 없는, 유스투스가 준 물건이다.

물론 여기에는 배려심과도 같은 것은 없으며, 그저 해롤드를 편리한 말로 부리기 위하여 주위를 납득시키는 역할을 지닌 물건이다.

해롤드가 지니고 있는 검은 사용자의 마력을 흡수함으로써 전투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파격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에 이것이 제어할 수 없으며 쥐는 것만으로도 발동한다면 해롤드로써도 무작정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에게 마력이 흡수된다면 말 그대로 생명을 갉아먹히기 때문이다.
거짓임에도 거짓이 아니라는 점이 유스투스다운 책략이다.

뭐, 그러한 이유로 해롤드는 이 힘을 여태까지 거의 사용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검의 성능을 발휘한 때는 2번 뿐이다.
첫 번째는 임무 도중 우연히 몬스터에게 습격당해 전멸한 기사단을 발견하여, 그들을 돕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적을 섬멸했을 때.
두 번째는 기란 설산의 정상에서 빙룡 2 마리를 순식간에 해치웠을 때다.
전부 시간으로 따지자면 몇 분 정도였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의 목숨이 깎여나간다고 생각하면 그 몇 분이라 해도 치명적이게 느껴졌다. 자신의 수명

을 얼마나 잃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였다.

그러므로 해롤드는 이 검의 힘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았다. 죽기 싫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애쓰고 있는데, 그렇게 하여 수명이 단축된다는 건 본말전도나 다름없다.

허나 지금만큼은 그럴 때가 아니다. 그만큼 빈센트라는 남자는 강적이다.

명확하게 앞서는 속도를 살리기 위하여 끊임없이 다리를 움직이며, 검을 맞대다가 틈을 보며 견제를 위해 마법을 날렸다.
조금이라도 방심한다면 이쪽의 방어 그대로 깨트릴 것만 같은 맹렬한 공격에 당할 수도 있는, 그런 공방을 쉴새없이 반복한다.
그리고 찾아온 빈센트와의 대치 도중, 1초에도 미치지 않는 순간의 공백. 그 순간에 온몸의 신경을 집중시켰다.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해롤드는 파고들었다.
빈센트는 그 체격과 무기로 인해 해롤드보다 공격의 범위가 훨씬 넓다. 공격하다가 지치게 되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간격을 좁혀야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확실히 빠르기와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많으므로 공세로 들어갈 수는 있찌만, 빈센트의 화력과 공수 양면에서 나타나는 순발력과 반응속도를 생각한다면 그러한 행동은 너무나 위험이 크다.
잠시라도 틈을 내주면 공수가 뒤바뀔 뿐만 아니라, 빈센트의 간격에서 싸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해롤드는 빈센트를 일격에 전투불능으로 만들 공격력도 없으며, 그를 상대하면 간단히 급소를 찌르는 것도 어렵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되는가.
해롤드가 내놓은 답은 단순하고도 명쾌했다.
오로지 회피를 중심으로 견제를 계속하여, 파고들만한 틈이 보이면 일격을 날리고 곧바로 빈센트의 간격에서 이탈하겠다는 공격이다.

즉, 히트&어웨이다.

검을 치켜든 동작이 일어날 때, 그와 동시에 간격을 좁힌다. 빈센트가 그 동작을 멈추고, 거리를 벌리려 뒤로 물러나며 억지로 대검을 내리친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빈센트라 하더라도, 그 공격에는 방금 전까지의 위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해롤드가 노리는 곳은 무기를 쥔 오른팔이다. 그 이음새 부분에는 어깨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겨드랑이 부분이 비어있다. 갑옷의 틈새에 검은 검을 통과시키듯이 휘둘렀다.

그리고 빈센트가 태세를 갖추기 전에 이탈하여, 다시 거리를 취하며 대치한다.

확실히 공격을 먹였다는 점에서 이 공격방법은 유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간격을 좁힐 때의 순간 초가속. 그 행동을 할 때마다, 검에게 마력을 흡수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 방식은 전투가 길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마력과 목숨을 소모해야되는지 알 수 없다.

방금 베어낸 검은색 천으로 덮인 빈센트의 겨드랑이 부분.
그곳을 벤 감촉은 맨몸의 몸을 베는 감촉이 아니었다. 분명하게 단단한 물체에 막혔다.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체인메일 같은 것이 안에 있을 것이다. 회심의 공격을 먹이지 않는 이상, 그것을 끊어내기 위해선 역시나 몇 번이나 파고들어야만 한다.

이곳이 무너지기 쉬운 동굴 내부만 아니었다면, 거리를 취하여 높은 위력의 마법을 연발하여 깎아내리는 수단도 시험할 수 있겠지만, 그런 행동을 한다면 자신도 마법에 말려들거나 마법에 의한 붕괴에 휘말려 압사당하기 십상이다.

「수고가 들게 하다니………」

정말이지 싫증이 난다.
빈센트에 패배하여 죽을지도 모른다. 검에게 목숨이 빨려 힘이 다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서, 해롤드는 싸울 수밖에 없었다.




어둠을 쫓아내듯 장작으로 놓은 나무가 화르륵 소리를 내며 불탄다. 두 무릎을 안고 아른거리는 불길을 바라보며 리파는 어떤 생각에 잠겼다.
생각이라기보단 고민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 원인은 해롤드이며, 지금은 동료이기도 한 에리카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에리카는 스메라기 가의 영애이자, 지금은 함께 여행을 하는 동료다.
그녀의 성격은 상냥하며, 단아하고, 또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강한 의지력도 가지고 있다. 귀하게 큰 아가씨처럼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며, 넓은 관점으로 사물을 보고 마법과 궁술 또한 어지간한 기사나 모험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다.
집안도 좋으며, 인간성도 뛰어나고, 여러 분야에서 우수하기도 하다. 함께 행동하면 행동할 수록 에리카라는 여성이 얼마나 완벽한지 알게 됐다.
게다가 여태까지 리파가 살아오면서 본 적이 없을 정도의 미인이다. 콜레트가 자신에게 거리낌 없이 동경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마치 남자의 이상을 체현시킨 것만 같은 존재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에리카는 해롤드의 약혼자………인 모양이다.
당사자인 두 사람은 부인하고 있지만, 프란시스나 에리카의 오빠인 이츠키가 약혼자라고 입을 모아 얘기하고 있으니 완전 거짓말은 아닐 터다.

그렇다면 어째서 에리카는 그것을 부정하는 걸까. 해롤드를 싫어한다고 말하면 그저 그런 일이겠지만, 그녀라는 사람이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드러내리라고 보긴 어렵다.
닮았다고 생각되는 위화감을 리파는 그동안 봐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해롤드가 에리카를 대할 때의 쌀쌀함이다.
리파에겐 해롤드와 에리카, 둘 다 「그들 답지 않은」태도를 서로를 위하여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어쩌면의 이야기다.
그래도 혹시나 해롤드의 쌀쌀함이 에리카를 멀리하기 위함이라고 한다면.
그 이유가 자신의 죽음으로 그녀가 상처받지 않도록……아니,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여 일으킨 행동이라고 하면 어떨까.
성격이 몹시 삐딱해보이는 그 남자의 친절이라는 것은 매우 모호하니, 그런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고 리파는 추측해본다.

그리고 에리카 역시 그의 심정을 살펴, 그가 원하는대로 자신은 해롤드를 싫어한다고 꾸미기 위하여 완고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 어떨까.
에리카는 어렸을 때부터 해롤드를 잘 아는, 소꿉친구라고 부를 수도 있는 사이다.
해롤드가 언제부터 그런 태도를 취해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남자는 완벽주의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에 비해 허술한 부분도 있다.
그와 접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것이 간접적이고 서투른 친절이라는 걸 깨닫는 기회도 많을 것이다.
에리카만큼 총명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리파의 가설에 명확한 근거따윈 없다.
그저 두 사람 답지 않은 부분을 이어서 만든 망상차원의 이야기다. 평소의 리파였다면 이런 비약한 이론을 생각한 시점에서 자신이 그것을 웃어넘기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가설만은 버리지 못하는 건, 이 생각과도 같은 가설이 혹시라도 진실 혹은 그에 가까울 경우, 에리카는 평생 갈 상처를 입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중요한 점은 에리카가 어디까지 해롤드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가이다.
단순히 에리카를 멀리한다는 점을 헤아려, 그 의지에 거스르지 않는 것이라면 아마도 「해롤드의 수명이 끝나감을 모른다」는 것이다.
스메라기 령에서 처음 만났을 때, 해롤드가 리파에게 수명에 대해 임막음을 한 것만 보아도 그런 생각을 하기 쉽다.

에리카는 어찌봐도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타입이 아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하고 속으로 미워하는 인간도 있겠지만, 그것을 미소 아래에 숨기고 행동할 수 있는 재능만큼은 반드시 지니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해롤드에게만은 저럴까. 해롤드가 원하니까 저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면서까지 상대를 위한다는 것이다.
리파가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에리카의 인간성을 알아갈 때마다 그녀가 정말로 해롤드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는 6명 중에 5명, 즉 에리카 이외의 전원은 해롤드에 대하여 호의적인, 이 세계에서는 매우 드문 집단이다. 확실히 특이하긴 하지만, 에리카는 원래 사람의 주장을 잘 들어준다.
그런 그녀가 완강히 해롤드는 악인이라는 의견만은 고집스럽다는 점 자체가 리파에게 있어선 위화감 투성이었다.
라이너와 콜레트의 「해롤드는 소문처럼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는 설득에 대해서도 「그 분은 잘 모르니까요.」라는 대답 뿐이었다.

마치 「에리카 스메라기는 해롤드 스톡스를 싫어합니다.」라고 주위에 선전하고 있는 듯한 태도다.
그녀가 사적인 혐오만을 이유로 그렇게 가벼운 말을 내뱉으리라곤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
어느 쪽이냐 싶으면, 어떠한 사정으로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잘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그 사정이라는 것이 해롤드를 위해, 그가 바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면?

만약 그렇다면 해롤드가 죽어버렸을 경우, 에리카의 마음은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해롤드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면서 잠자코 있던 자신의 마음 또한 밀려오는 자책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에리카에게 말해버린다면, 그것은 해롤드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데………

"……뜻대로 되질 않네."

한숨과 함께 그런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완전히 무방비였던 그녀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뜻대로 안 되시는 건가요?"

"힉……!"

그 기습에 절로 비명을 지를 뻔했으나, 간신히 참아낸다.
리파가 심하게 놀란 이유는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와서가 아닌,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 대해서였다.

"무, 무슨 일이야, 에리카?"

"불침번을 교대할 시간이라서요."

"어, 벌써? 아직 빠르지 않아?"

"아뇨, 곧 시간인데요………"

그렇게 말하니 시계를 보자, 에리카의 말대로 몇 분후면 교체할 시간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각에 상당히 신경을 쏟고 있었던 모양이다. 옆을 보니 불침번의 파트너인 라이너는 곯아떨어져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를 정도로 생각에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아, 정말이네. 미안해, 깨우는 걸 깜빡했어."

"그건 괜찮아요. 단지 뭔가 고민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


순순히 에리카와 해롤드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힘들다. 지뢰밭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일단 수명에 대해 말하지 말아달라는 해롤드와의 약속도 있다. 무엇보다 정면으로 물어본다고 한들 에리카가 대답해주리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놔버리는 건 성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어 흔들어보자. 자신과 에리카 말고는 깊게 잠에 빠져있다는 것을 확인한 리파는, 이런 건 쓸데없는 참견이겠지만, 이라 생각하면서도 이런 말을 꺼냈다.

"……에리카는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