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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사망플래그

나의 사망플래그가 그칠 줄 모른다 ~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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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를 따라 군생한 황금빛 꽃들을 바라보며 늘 지나가던 익숙한 논두렁길을 걸어간다.

평상시라면 일로 사용하는 마차로 이동하여 수십 분 정도로 끝날 예정이지만, 그 길을 1시간 넘게 나아가야 간신히 목적지가 보인다.

민가가 띄엄띄엄 들어서 있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거리의 풍경. 그 안에 완전히 녹아들어있는 집 중 하나가 스톡스가의 짐마차 기수가 근무하는 동안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이제 눈에 익숙한 빨간 글토가 싱싱하게 자라있었다. 텃밭도 그것을 관리하는 본인도 아직 건강한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젠은 현관문에 달려있는 노커를 두드렸다. 잠깐의 사이를 두고 철컥,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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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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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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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젠 군. 어서 안으로 들어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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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맞이하는 것은 60~70대 정도의 여성이었다. 그녀에게 안내받아 거실로 향하자, 그곳에는 의자에 깊숙이 앉은 백발의 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몇 년 전에 퇴직한 그의 전 동료, 노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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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심까, 노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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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스스럼없이 인사를 하며 젠이 웃었다. 그에 대해 노먼도 미소를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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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운차 보여서 다행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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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씨야말로 다행임다. 이거 선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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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건넨 것은 나무로 된 꾸러미였다. 안에 있던 것은 그의 집에서 구워온 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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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고맙습니다. , 앉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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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에게 재촉을 받아 젠은 마주 볼 수 있도록 앉는다.

퇴직 후에도 큰 병 따윈 없이 온화한 노후를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노먼은 계속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있다.

그 기분은 젠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이렇게 시간을 내어 이곳에 발을 옮겨 그에게 아주 가끔 도착하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 해롤드가 성왕기사단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스톡스가를 나가고 난지 벌써 5. 집의 근황을 보고하기 위해 젠과 제이크가 돌아가면서 정기적으로 편지를 보내고 있지만, 그가 기사단을 그만뒀음에도 여전히 왕도에 머물고 있는 지금까지 그 교환은 계속되고 있었다.

2~3달에 한번씩 보내는 편지에 대해, 해롤드에게서 모종의 답장이 오는 것은 3번의 1번 꼴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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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는 뭐라고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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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하신 건 딱히 아무것도 없으세요. 그래도 역시 요새는 집의 상황을 신경 쓰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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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해롤드가 이미 8년 전부터 언급해오던 일이다.

스톡스 가는 머지않아 몰락하리라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그것을 늦추기 위해 LP농법이라는 새로운 농작 방법을 고안하고, 그뿐만이 아니라 당시 약혼녀인 상대방의 집안을 끌어들여 대규모 사업으로 이끌어냈다.

스메라기 가의 도움으로 스톡스 령의 재정 면은 그럭저럭 반등하기야 했지만, 아직 민중의 지지는 낮은 상태다. 시내로 나가면 인구유출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일어나고 있었다.

LP농법에 의해 납세액이 일시적으로 증가는 하였지맘, 영지마다 생산량이 한정된 상황에선 그것도 한계다.

처음부터 스톡스 가의 조락을 멈추는것이 아닌 늦추는것을 생각해왔으므로, 현재 상황도 해롤드에게 있어서는 상정하고 있던 일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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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역시 저희들로서는 해롤드님의 힘이 될 수 있는 게 적은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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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이 슬픈 듯이 눈을 내리뜬다. 그 기분은 젠도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해롤드는 어릴 적부터 우수했다. 말투는 사나웠지만 상냥하며 뛰어난 지모를 지녔고, 몸도 마음도 강건했다. 그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부지런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혼자서 대부분의 일을 어떻게든 해낸다. 그런 해롤드를 모시고 있는 것은 자랑인 것과 동시에, 힘이 될 수 없는 자신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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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그리고 휴이님의 일도 신경 쓰고 계셨어요. 이복형제라고는 하나 나이가 떨어진 동생을 귀여워하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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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자신의 입장이나 권력에 관심이 없으신 분이니까요. 후계 싸움에도 관심이 없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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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단순히 귀여워하시는 것 같네요. 이전에도 휴이님의 옷이나 장난감을 보내시기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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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나무상자 2개 분량이었다. 입장상 좀처럼 얼굴을 보러 오지 못하는 것도 있어서 그런지, 출산의 축하를 겸한 선물이 산더미처럼 온 것이었다.

평소 엄격하게 사람을 몰아치는 차가운 인상으로부터 연상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젠이나 노먼에게는 의외의 일은 아니었다.

주고받는 편지 속에서 노먼이 은퇴한 일을 알자, 그 기념으로 비싼 도자기를 보내거나 젠이 결혼했다고 알았을 때는 시세보다 2자리 수가 차이나는 축의금을 보내온 적도 있다.

그에 대해 붙어있던 것은 어딘가에는 필요하겠지.라는 간소한 전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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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죄송스러워 받는 것을 젠도 망설였지만, 해롤드의 성격을 감안하자 문답무용으로 밀어붙여질 것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일을 대비하자는 이유로 군말 없이 받기로 했다.

결국 해롤드는 그런 인간이다. 냉혈한인 것 치고 인정이 두텁다.

다만 그러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을 본인이 몹시 싫어하므로, 아직도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주위에 많은 것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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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하며 눈앞에 놓인 컵에 손을 가져간다. 손잡이에 손가락을 걸어 들어 올리는 도중, 무게가 갑자기 가벼워진다.

그대로 컵이 소리를 내며 낙하하고, 안에 담겨있던 커피가 테이블 위로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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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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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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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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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이 깨버린 찻잔, 그것은 해롤드가 노먼의 정년 축하 선물로 보내온 것이다.

노먼이 소중하게 쓰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미안함이 치밀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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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형체가 있는 것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니까……… 그나저나 깔끔히도 깨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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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로 알아차리게 된다.

손에서 미끄러졌다고 생각했던 컵이지만, 그 손잡이는 아직 젠의 손에 있었다.

그러면 컵은 어째서 떨어진 것일까, 하고 유심히 보니 컵과 손잡이의 접합부가 마치 단절된 것 같은 단면을 남기고 있었다.

노먼의 말대로 형체가 있는 것이 망가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허나 아무리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고는 하나, 노후화로 인해 이렇게 깨질 수가 있을까.

왠지 모르게 흉조를 암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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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님께선 무사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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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로 테이블을 닦으며 노먼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에 대한 답변을 젠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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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됐을까.

그런 자문을 한 횟수 따윈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애초에 8년 전부터 무슨 업보인지, 해롤드 스톡스를 대신하게 된 그날부터 왜 이렇게 됐을까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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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전투 능력은 해롤드에 준거하여 꽤나 높아졌지만, 그것을 조종하는 내용물인 히라사와 카즈키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반인이다.

그동안 원작 지식이라는 반칙 기술을 살려 어떻게든 버텨내왔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범인이다.

뛰어나다던가 머리가 좋다던가, 책략가인 것도 아니라 원작 지식이 없으면 유스투스를 꺾거나 태스크 상대로 유리하게 협상을 추진하는 것따윈 불가능하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해롤드는 원작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전개를 구애해왔다. 그것이 범인인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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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세계는 게임과 비슷하긴 해도, 별개로 세계도 사람도 살아있다.

때문에 해롤드가 상정한 대로 사물이 변화하지 않는 일은 곧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쌓인 결과, 마침내 스스로 원작의 흐름을 포기하기로 결단했다.

일이 이곳까지 이르게 된 연유는, 그것이 가장 원작을 안전하게 종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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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단의 옳고 그름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해롤드가 불안하다고 생각했던 요소는 정말 훌륭하게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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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레와도 같은 폭풍이 피부를 스쳐간다. 그것만으로도 찰과상이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위력.

그것을 어떻게든 피하면서 해롤드는 눈앞에 서있는 상대와 거리를 취한다. 역시 따위라고 말하면 식상한 발언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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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이라는 직함은 허세가 아니군,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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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베스테르볼트, 젊은 나이에 성왕기사단 단장이 된 걸물로 Brave Hearts에서는 막판에 주인공의 앞을 막아서는 이른바 보스 캐릭터다.

그런 그와 해롤드는 검을 맞대고 있었다.

해롤드로서는 솔직히 이 시점에서 빈센트와 싸우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에 자신이 빈센트와 싸우는 것 자체가 예상 밖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러한 상황에 빠지고 만 것일까?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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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스톡스……… 적성존재……… 배제를 최우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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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눈초리와 헛소리처럼 되풀이하는 띄엄띄엄 말소리. 누가 어떻게 봐도 제대로 된 상태는 아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하면, 유스투스가 진심으로 해롤드를 죽이러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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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라기 령에서 라이너 일행과 헤어진 해롤드는 곧바로 해리슨의 곁으로 가, 앞으로 1개 남은 비보가 있다는 장소를 알아내 그곳으로 향했다.

물론 유스투스에게는 알리지 않고 행동했다.

6개는 이미 해리슨에게, 실질적으론 유스투스의 손안에 있다. 허나 이제 원작대로 진행할 마음이 없는 해롤드는 남은 몇 개월동안 철저히 항전할 태세다.

그러므로 마지막 비보를 빼앗으면 유스투스의 계획을 지연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허나 그것은 어차피 범인의 생각으로 유스투스에겐 완전히 들통난 모양이다. 비보가 있다고 여겨지는 유적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정신을 잃은 빈센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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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네놈! 어째서 나를 공격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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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의 배제를 최우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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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풀린 것 마냥 뜨며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빈센트에게 아까부터 몇 차례나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성과는 없었다.

아마도 세뇌된 상태에 빠진 것이겠지. 자기의지를 상실했다는 점이 그 두 사람과 같지만,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완전한 세뇌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떻게든 대화로 해결할 수 없을까 살펴봤지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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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 구멍을 생기게 할 정도로 빠르게 육박해오는 대검에 의한 크나큰 참격.

그것을 회피하고 빈틈투성이가 된 배후로 돌아간다. 높은 화력의 빈센트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해봤자 승산은 없다. 그러므로 해롤드의 특기인 고속전투로 대항한다.

허나 배후에서의 참격을 왼손 하나, 그 갑옷의 아대로 막아낸다. 해롤드의 속력과 근력을 실은 공격마저도 팔 하나로 가볍게 막아버리고 만다.

마치 성벽에 참격을 날린 것만 같은 견고하미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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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통 사람은 들기조차 어려울 것 같은 대검을 오른손만으로 든다. 그 속도는 일반 기사보다 빠르고 예리하다. 참격이라기보다는 분쇄와도 같은 일격이다.

게임적으로 생각하면 통상 공격 따윈 어느 정도 받아들여도 HP가 다소 줄어들 뿐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일격이 치명상으로 이어진다. R가드로 막아볼까 했지만 가드 통째로 깨버릴 것만 같아 단념하고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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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중무장인 빈센트에게 속도로는 위협을 느끼진 않지만, 그만큼 화력과 내구성은 뛰어날 정도로 높다. 그리고 귀찮게도 검을 휘두른 순간 검이나 갑옷의 팔 부분으로 방어하는 동작만은 해롤드의 속력에 대응할 정도의 속도를 지니고 있었다.

몸에 부담이나 체력적인 문제가 있어 그 속도를 유지하기는 힘든 모양이지만, 승부를 가를 수 있겠다 싶을 때의 공수의 속도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이곳 또한 게임과는 다른 부분이다.

둔하지만 높은 화력과 괴물 같은 내구력. 그것만으로는 기사단의 단장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

파고들 틈이 거의 없으니까 그만한 지위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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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의 앞에 있는 선택지는 2가지다.

하나는 비보를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이다. 빈센트가 상대라면 도망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허나 그 경우 비보는 모두 유스투스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어떤 의미론 원작 그대로지만 그 원작의 흐름이 빨라졌다는 의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라이너 일행의 공략이 이벤트가 일어나기 전까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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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선택지는 여기서 빈센트를 쓰러트리는 것이다.

애초에 이야기 막판에 유스투스에게 선동되어 라이너 일행과 싸우게 되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왜냐면 빈센트가 꼬드김 당한 원인은 벨티스 숲에서의 싸움이 계기로, 친구인 코디가 기사단을 떠나고 성영족(스텔라)를 학살했다며 기사단의 권위가 실추된 것에 따른 정신적 피로가 겹쳐진 나약한 부분을 악용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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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어느 쪽도 해롤드의 움직임으로 막아놨으며, 빈센트는 유스투스의 감언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은 그리 될 터였다.

그러므로 유스투스는 세뇌라는 강경책으로 나온 것이다. 주인공(라이너)가 아닌 악역(해롤드)를 죽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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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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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물러나면 세뇌 상태의 빈센트라는 부하가 유스투스의 밑에 가담하게 된다.

조커와도 같은 카드다.

그리고 유스투스는 분명 그것을 최상의 타이밍에 꺼낼 것이다.

원작에서 떨어진 전개에서 그 타이밍을 읽어낼 두뇌를 해롤드는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떻게 해도 선수를 빼앗기고 만다.

그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된다면 유스투스를 막을 수 없게 될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다. 시점을 다르게 하면 이것은 유스투스의 전력을 깎아낼 천재일우의 기회다.

그러므로 해롤드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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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베스테르볼트. 이곳을 네놈의 묘지로 만들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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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있는지 모르는 상대와의 싸움. 지면 죽을 수도 있는 전투.

정말이라면 마지막까지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죽어서야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을 다 사용해, 빈센트에게 이기는 일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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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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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가 외치자, 그의 오른손에 쥔 장검에 내장되어 있는 비취색의 수정이 얕게 빛을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