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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사망플래그

나의 사망플래그가 그칠 줄 모른다 ~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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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들어온 지 한참 뒤, 주위를 둘러보니 어째선지 에리카가 너무 뒤처지고 있었다.

온몸으로 우울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으며 걸음도 느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걱정을 넘어 섬뜩함까지 느껴진다.

혹여 장기에 침식당한 것이 아닐까 싶어 말을 걸어봤다. 딱히 해롤드가 말을 걸 필요는 없었지만, 유노가 어떡하죠, 해롤드님~?이라 말을 걸어 왔으며 다른 면면들도 어떡할래?라는 표정을 짓고 있어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그런 연유로 말을 걸자, 에리카의 반응은 약간 수상한 거동을 취했지만 컨디션이 나쁜 것이 아닌 본인이 말하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떤 생각을 하면 그리도 음산한 공기를 뿜어내는 것인지 불안했다.

 

그 뿐더러, 몬스터에 허를 찔리게 되어 그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에리카를 끌어안고 말았다.

, 그 자체로는 포상이며 행동적으로는 틀리지 않았겠지만 에리카의 입장에선 가장 싫어하는 상대가 갑작스레 성추행한 것이나 다름없는 데다, 이성보다 본능을 우선시하여 곧바로 자신의 따귀를 때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해롤드는 스스로의 운명을 저주하고 싶었다.

그러나 에리카의 반응은 무척이나 담백했다. 그리 말하기 보단, 초점이 확실하지 않았으며 어딘가 얼이 빠진 것처럼 보였다. 이러면 역시나 걱정이 가고 만다.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생각은 나중에 해라.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아, 그 말을 들은 에리카는 울상을 짓고 말았다.

이제 와서 여성을 울리는 쓰레기 자식이라는 악명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양심적으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해롤드의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이 후로도 에리카는 활약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태론 그러한 역할도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여기서 돌아간다는 선택지 따윈 해롤드의 안에 존재하지 않으며, 여기서 에리카와 유노를 남겨 전력을 분산시킨다는 방안도 생각할 수 없다.

 

해롤드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며 에리카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대로 억지로 끌고 가 목적지를 향하였다.

장기의 영향을 생각하면 신속하게 해제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그 때문에 에리카를 내버려 둘 순 없다. 다행히 설치되어있을 장소는 거의 코앞 정도의 거리만 남겨두고 있었으니, 빨리 끝내고 돌아가면 된다고 해롤드는 판단했다.

다시 말을 걸어봤자 이 입으론 마이너스적인 결과만 도출해낼 뿐으로 행동만 하기로 했다. 뜻밖에도 에리카는 손목을 잡힌 채, 순순히 따라왔다. 반항할 힘조차 솟아나지 않을 정도로 낙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반년 전, 이츠키의 결혼식이 열린 카브란에서 지낼 때는 반대의 구조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산지로 사방이 둘러싸인 요지(凹地)였다. 모양은 울긋불긋했지만 원형으로 보였으며, 완만한 경사가 중심을 향해 이어져있었다.

직경이 수백 미터에 달했으며, 장기로 인해 시야가 나빠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는 지금으로썬 거대한 크레이터처럼 보였다.

그 광경을 앞둔 채, 해롤드는 뒤에서 긴장감이 전해져왔다. 그 원인은 요지의 안에 있었다.

 

, 뭐야, 이건………」

 

라이너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 말은 전원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거대한 요지 내부에는 여러 몬스터들이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장기의 발생지점이니 저 모두가 광포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몬스터끼리 싸워주면 좋겠지만, 그리 편안한 전개는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어차피 해롤드의 예상 범위 내였지만 말이다.

 

원작에선 이 요지의 중심에 설치된 기계를 리파가 해제하는 동안, 수십 분간의 연속 전투에 돌입하게 된다. 2~5체의 적이 나타나고 그것들을 쓰러트리면 화면의 가장자리에서 다시 똑같이 랜덤으로 새로운 적이 출현하고 그것을 충분한 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잡아야 한다.

그래서 해롤드는 기계 주변에 몬스터가 대량으로 발생해있으리라 예상했던 것이다.

참고로 게임에서는 리파가 빠지며, 이 시점에서는 프란시스도 동료가 되지 않은 상태라 전투는 강제로 라이너, 콜레트, 휴고, 에리카, 4명으로 한정되게 된다.

이 중에서 힐러 겸 원거리 공격을 하는 에리카는 중요하여 그녀가 빈사 상태가 되면 꽤나 힘든 전개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프란시스는 물론 유노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해롤드가 있으므로 그렇게까지 어려운 상황을 겪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눈에 들어오는 몬스터만 해도 상당한 숫자였다.

전부 쓰러트리기 위해선 몇 시간이나 걸리는 대장정이 될 듯하다.

리파가 기계의 해제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제가 끝나면 곧바로 이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본편 개시다. 전원 무기를 들어라.

 

저기, 해롤드. 저 안으로 들어갈 셈이야?

 

그렇다. 목적지는 중심부다. 그곳에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그 중심에서 리파의 해제작업이 끝날 때까지 몬스터를 쓰러트린다는 막무가내 식 작전이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무모하기 짝이 없지만, 이곳에 함께 있는 인간들은 평범함과는 약간 거리가 떨어진 집단이다.

 

우선 길을 열어주지. 네 녀석들은 그것을 따라와라.

 

해롤드는 두 개의 검을 뽑아들고, 스위치를 켰다. 대량의 몬스터를 혼자서 상대하는 상황은 예전부터 경험해왔다. 이번에는 언젠가 닥쳐올지도 모르는 최악의 전개의 예행 연습이라 생각해도 괜찮을 것이다.

 

설마 혼자서 돌격하실 생각이신가요?

 

그것도 상관없다만……… 라이너, 네놈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줘라.

 

, 좋다고! 어느 쪽이 많이 쓰러트리는지 승부네.

 

바보 녀석. 네놈과 나는 승부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돌격하는 데에 흥미를 보여서 다행이다. 방금까지 불안요소였던 저돌적인 성격은 이런 상황에선 빛을 발한다.

그렇게 정해졌다면 작전개시다.

 

에리카.

 

「───.

 

결코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심지를 지닌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우울하기 짝이 없던 아까와는 달리, 그 얼굴에는 망설임 하나 없는 강한 눈동자가 해롤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달라져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 할 마음은 있는 듯하니 신경 쓰지 말자.

 

네가 쓸 수 있는 마법 중, 가장 위력이 높은 것은 뭐지?

 

「『블라스트 미티어입니다만.

 

「……」

 

뭐라고? 라고 말할 뻔한 것을 간신히 억누른다.

그런 일을 겪을 정도로 에리카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블라스트 미티어는 에리카가 레벨 50대에서 습득할 수 있는 화면 제압에 최적화된 마법이다.

그 제압력은 화면의 2/3, 즉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그 마법을 발동하면 단숨에 형세역전을 이뤄낼 수 있는 화력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의 MP의 소비량과 영창 시간이 걸리지만, 어찌됐건 지금 시점에서 익히고 있는 것이 정상적인 기술은 아니다.

MP 회복약인 마나 보틀만 있다면 소비량의 문제는 해결되어, 지금의 에리카가 주인공 파티에 합류한다면 게임 밸런스가 붕괴될지도 모를 정도로 강력한 마법이다.

 

왜 그런 걸 습득하고 있는 건지, 어느새 그렇게나 강해진 거냐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것을 꾹 참아내고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유 따윈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공략이 편해졌다고 기뻐해야할 부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앞을 바라봤다.

 

그걸 1, 중앙에 직선 형태로 발사해라.

 

알겠습니다.

 

에리카가 집중한 채, 영창을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둘러싸듯이 엷은 붉은색의 이펙트가 발생했다.

기특할 정도로 중후한 위압감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서 에리카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처음 본다며 의외인 사실을 해롤드는 깨달았다.

그런 감상은 에리카의 마법에 의해 산산조각이 되어 날아갔다.

 

「『블라스트 미티어』」

 

그 한마디에 하늘에서 폭풍의 별이 쏟아진다. 굉음과 함께 굉장한 충격이 해롤드 일행이 있는 방향까지 전해져온다. 각자가 감탄을 쏟아내는 와중,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에리카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해롤드만이 말이 없었다.

 

(아려오네……)

 

우선 위력이 이상했다. 몬스터들이 산산조각이 난 채, 날아가는 것이 이쪽에서도 볼 수 있었다. 남에게 해를 끼친다고는 하나, 생명을 가진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일에 미안함을 느끼던 원작의 에리카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무수한 폭풍에 의해 바닥에는 구멍이 생겨나 있었다.

이것이 언젠가 자신에게 닥쳐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나 요구대로라고 할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길이 열려 돌입하기 쉬워졌다.

 

간다, 라이너.

 

?………아니, 그래!

 

이제 됐나요? 아직 더 쏠 수 있습니다만………」

 

「……마력을 온존해라.

 

저렇게 말도 안 돼는 강력한 마법을 마구 사용하면, 라이너를 비롯한 다른 멤버 간의 실력을 측정할 기회가 사라진다. , 에리카에게 맡기는 편이 몬스터의 섬멸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건 틀림없겠지만.

 

그 뒤의 결과에 대해선 말할 일이 없었다. 해롤드와 라이너가 진로 상에 남은 적을 곧바로 처리하고, 두 사람의 뒤를 따라온 멤버에게 호위를 받은 리파가 무사히 장치 밑에 도착했다.

남은 것은 해제할 때까지 20분 간, 리파를 지키면서 오로지 적을 계속 물리칠 뿐이었다.

가장 많은 적을 쓰러트린 사람은 에리카였다. 후위라서 리파의 바로 옆에서 고정 포대로 돌변한 에리카는 마법과 화살을 번갈아 반복해서 공격하며 그 제압력과 섬멸력의 뛰어남을 역력히 보여줬다.

그 덕분에 해롤드가 지나치게 무리할 필요가 없어져, 가끔씩 몬스터를 사냥하는 도중에 다른 사람들의 전투를 관찰할 여유도 생겼다.

 

그 감상으로 라이너 일행도 실력이 결코 나쁘진 않았으며, 닥쳐오는 몬스터의 파도에도 휩쓸리는 일 없이 대처하고 있었다.

각자의 힘과 연계도 현 시점에서는 합격점에 가까웠다. 나중에 몇 가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준다면 더 좋아질 것이다.

에리카와 비교하면 떨어지지만, 그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오히려 에리카가 비정상적인 차원이었다.

 

 

 

 

 

 

 

 

 

스메라기의 거리에 활기가 돌아왔다.

하기야 오랫동안 스메라기 령을 괴롭히던 장기가 사라지고, 병상에 누워있던 사람들도 컨디션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전부 해롤드가 말한 대로였다. 스메라기는 대체 얼마나 그에게 은혜를 입은 것일까. 그것은 대체 어떻게 해야 갚을 수 있는 것일까.

해롤드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보상을 얻는 것도, 명성을 얻는 것도, 그런 것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스메라기와는 인연을 끊고 싶어 할 정도였다.

그래서 스메라기의 입장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에리카 개인적으로도 괴로운 문제였다.

 

라이너 일행에게도 규제되던 산을 지나갈 수 있게 됐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하여, 그 자리에서 제대로 된 감사를 주지 못했으며 그 활약을 스메라기 가문이 기리는 정도로 그쳤다.

그리고 거기에서도 약간의 분쟁이 일어났다.

장기를 만들어낸 장치를 해제한 다음 날, 스메라기 저택에선 라이너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렸다.

 

납득이 안 돼! 어째서 해롤드의 이름을 꺼내지 않은 거야!

 

내가 필요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장기 문제를 해결한 그들의 활약은 스메라기 령 안이 아닌 대외적으로도 퍼져갔다. 하지만 그 안에 해롤드의 이름만 없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러는 것을 해롤드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어째선데!

 

네놈의 머릿속엔 정말로 뇌가 있긴 한 건가? 불쾌하긴 하지만 내 입장은 유스투스의 부하다. 그 내가 유스투스의 계획의 일환을 방해했다는 것을 선전해서 어쩌자는 거냐.

 

그럼 그 녀석한테서 떨어지면 되잖아.

 

바보 녀석. 내게는 할 일이 있다고 전에도 말했을 터다.

 

해롤드와 라이너의 의견은 평행선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해롤드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그리 원하고, 그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해롤드의 일을 생각하면 라이너들에겐 미안하지만 이 한 사건 자체가 눈에 띄지 않도록 공개를 자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것을 말린 것도 해롤드 자신이지만.

해롤드는 라이너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봤지만, 그 질문을 받은 라이너의 대답은 검을 되찾고 유스투스를 쓰러트린다고 했다.

그것을 확인한 라이너는 역시 라이너 일행의 활약은 공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는 편이 주목을 받고 영웅화시키면 저쪽도 참견하기가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라이너 일행이 행동하기 쉬워진다는 것이었다.

지명도가 높아지는 것은 양날의 검이지만 그만큼 잘 풀린다면 확실히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 자신의 이름은 넣지 말라고 엄포를 놓자, 그것에 라이너가 크게 반발한…………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유스투스라는 녀석의 곁에 있으면 위험한 거잖아? 그렇게까진 안 해도……」

 

네놈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라이너는 늘고 물어졌지만 해롤드는 설득당할 기색이 없었다. 그에 화가 치밀은 라이너가 열불을 내기 시작했다.

 

관계없지 않아! 저번에도 해롤드한테 도움을 받았고, 게다가 콜레트도───흐갹!

 

라이너가 기묘한 소리를 내질렀다. 그 원인은 아까까지 맞은 편에 앉아있던 해롤드였다.

그는 재빠르게 차에 곁들이는 과자를 라이너가 크게 연 입에 던져 강제로 조용히 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이렁나, 과자를 삼키는데 고생하는 라이너의 멱살을 잡았다.

 

적당히 해라. 네놈은 조금 교육이 필요한 듯하군.

 

으읍읍!?

 

저항하는 라이너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해롤드는 어딘가로 끌고 데려갔다.

콜레트를 도와준 과거에 대한 것을 발설하려던 라이너를 멈춘 것이다. 옆을 보니, 콜레트도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해롤드가 그 과거를 감추려하고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는 인간은 모두 같은 표정이었다.

 

, 저 두 사람은 내버려두고, 콜레트들은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할 거지?

 

. 라이너가 말한 대로야.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도 따라가도 될까?

 

리파가 여행에 동참하는 것을 자청했다.

 

, 리파 양 따라오게?

 

싫지만 않으면 말이야.

 

기쁘네, 앞으로 잘 부탁해!

 

콜레트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리파의 손을 잡고 붕붕 소리가 날 정도의 기세로 악수를 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에리카를 대할 땐 경어를 사용하지만, 리파를 대할 땐 털털했다.

귀족이라는 입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는 하나, 그 거리감에는 조금 쓸쓸함이 느껴졌다.

 

흐음, 그럼 나도 함께 가도록 하지.

 

? 괜찮은 거야? 넌 일단 왕족이잖아?

 

그러니까 가는 거다. 너희들이 쫓고 있다는 절도범도 물론이다만, 무엇보다도 유스투스의 행패는 괘씸하다. 왕가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으로서 백성을 괴롭히는 그를 어떻게든 잡아야 하지.

 

「………다시 봤어. 네가 순간 왕자처럼 보였어.

 

실례구나, 너는!

 

한쪽에선 프란시스도 라이너 일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 말에 대해 콜레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어째서 우리들을 따라오겠다고 마음 먹은 거야?」

 

조금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게다가 그 녀석의 의도도 조금 알겠거든.

 

의도라니?

 

콜레트가 무슨 얘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리파가 말한 의도는 에리카도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해롤드의 그 답지 않은 행동이다. 그 속뜻은 아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다.

에리카, 라이너, 콜레트, 리파, 프란시스는 전부 해롤드와 사전에 면식을 가지고 있다. 5명이 우연히 스메라기 령에 모일 확률은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거기에 휴고까지 포함돼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것은 해롤드가 그리 이끈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경위를 근거로 삼자면 해롤드가 오래 전부터 이 상황을 만드려고 했다고 생각해도 좋다. 장기 문제의 해결만이 목적이었다면 여기까지 손을 쓸 일은 없다.

 

그렇다면 자신들을 모아 무엇을 시키고 싶은 것인가. 이것 또한 해롤드 답지 않은 행동에 나타나 있다.

그가 폭로한 자신의 과거와 유스투스의 위험성. 평소 같았으면 숨기거나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해롤드가 구태여 말했을 뿐더러, 에리카 일행에게 유스투스가 얼마나 잔악무도하고 위험한 인간인지를 알기 쉽게 인식시켰다.

해롤드는 유스투스의 계획을 멈추려고 한다. 그를 위해 상대의 밑에서 조용히 숨어지내 반기를 들 순간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리카 일행이 밖에서 계획을 방해한다면 안쪽에 있는 해롤드도 움직이기 쉬워진다.

안과 밖, 양쪽에서의 방해가 해롤드의 목적일 것이다.

모험을 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한 것이다. 유스투스의 계획이라는 것도 상당히 위험할 것이다.

 

만약 해롤드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을 수 있다면, 그것을 도와주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롤드의 뜻을 조금이라도 지원할 수만 있다면 망설일 의미는 없다.

 

콜레트.

 

무슨 일이신가요, 에리카 씨?

 

당신들을 따라가도 괜찮은가요?

 

그런 에리카의 한마디에 리파를 제외한 전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역시 리파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에리카는 알아챘다.

 

, , 에리카 씨까지요? 으아아, 어떡하지………」

「……에리카.

 

말리지 말아주세요, 아버님, 오라버니. 이것은 필시 스메라기가……아니, 제가 해야할 일입니다.

 

시선을 돌리지 않고 아버지와 오빠의 눈을 바라보는 에리카.

그것에 졌는지 두 사람 모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투정 같은 건 거의 부리지 않는 에리카의 부탁이니까. 들어주자, 아버지.

 

「………아아, 어차피 말려도 멈추지 않겠지. 그런 눈을 하고 있으니.

 

감사합니다.

 

에리카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스메라기의 딸로서 언어도단인 제의였지만, 그녀의 마음을 존중해주는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상냥함, 그리고 신뢰가 자신도 한 명의 어른으로서 인정해줬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그러니까……그 말은 진심이신가요?

 

. 잘 부탁 드려요, 콜레트.

 

, 어떡해 라이너! 우리 책임이 막중해졌어어!

 

지금 이곳에는 없는 라이너에게 콜레트가 도와달라고 소리친다. 그라면 지금쯤 해롤드에게 고육을 받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엄격한 해롤드의 교육은 심신을 고달프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 나름의 친절이다.

에리카는 그런 서투른 그를, 해롤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생각을 내보이기 위해선 행동해야만 한다. 지금은 아직 말이나 태도로써, 해롤드에게 마음을 전할 수는 없으니까.

 

리파도 잘 부탁드려요?

 

. 의지하고 있다고, 말괄량이 아가씨.

 

후후, 그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네요.

 

킥킥, 거리며 에리카가 웃었다. 그것을 본 리파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라고 에리카는 느꼈다. 뭐든지 좋으니 해롤드의 힘이 되고 싶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리파는 에리카에게 있어서 그래, 동지(라이벌)일지도 모른다.

 

「……서로 고생하겠군요.

 

그런 말을 해봤자 소용없어. 그 녀석은 제멋대로인 녀석이니까.

 

정말이지, 동감이에요.

 

에리카와 리파는 그리 말하며 서로 웃었다.

그 미소에 근심은 없었으며, 봄의 하늘처럼 화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