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사망플래그

나의 사망플래그가 그칠 줄 모른다 ~1화~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푸슝, 날카로운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반사적으로 양손으로 귀를 막고 싶어지는 정도의 소음을 뿌린 것은, 카이제르 수염을 길렀고 검게 타서 윤이 나는 지팡이를 잡고 스탠딩 컬러의 군복을 입고있는 30대 중반의 남자였다.

그는 그 오른손에 쥔 지팡이로 높이 1미터 정도의 거대한 꽃병을 두드려 떨어트렸다. 
하얀 꽃잎이 흩어지고, 흘러 나온 물이 주홍색 카펫에 퍼져 나갔다.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
「죄송합니다! 제발 봐주세요...!」

「실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이 황당한 놈 같으니라고!」

남자의 표정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귀신의 형상이라는 말은 지금 그를 가리키며 하는 말일 것이다.
불 같은 분노는 꽃병을 파괴한 정도로는 수그러들 기미가 없고, 그의 눈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울면서 사과의 말을 계속 내뱉고 있는 사용인에개 입정 사납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그런 그의 옆에는 소년을 껴안고 하인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내는 듯한 화려한 드레스를 걸친 묘령의 여성의 모습도 있었다.

구도로 봐서는 군복의 남자와 드레스의 여성이 한명의 하인들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을 정리한 히라사와 카즈키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건.... 혹시 게임의 이벤트인가?)

말도 안된다고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결론이었지만 이런 답을 내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카즈키는 이 인물들과 광경을 본 기억이 있다.
지금 그의 앞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몇년 전에 발매된 가정용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싱글 RPG『 Brave Hearts』의 한 장면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그렇게 생각한 것은 카즈키가 바로 이 게임의 팬이기 때문이다.

전체 플레이의 횟수도 손가락으로 셀수 없을 정도로 유행했다.
각 이벤트 장면에서의 캐릭터의 대사도 대개 기억하고 있으니 틀릴리가 없다.


군복의 남자와 드레스의 여자는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의 부모이며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고있는 하인은 메인 캐릭터의 어머니다.


거기까지의 상황을 파악하고 아까부터 드레스의 여성에 껴안겨 있는 카즈키는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지고 교착된다.
왜 게임의 캐릭터가 움직이는 건지, 지금 이것은 현실인건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차례로 솟아나는 의문에 사고가 공전한다.갑자기 찾아온 아수라장에 이해가 따라잡지 못하는 가운데 그래도 명확한 것이 하나 있었다.

(갑자기 이런 우울한 이벤트에 던져져도 곤란한데요?!)

그것은 만일 눈앞의 광경이 게임의 시나리오를 따랐으면 사용인 클라라의 생명이 풍전등화라는 것.
카즈키가 우울한 이벤트와 말에서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사용인이 죽는 행사이다.

클라라는 군복들의 아들, 해롤드의 손에 의해서 그 생명을 빼앗긴다.

(중요한 해롤드는 어딨어? 이 장면은 확실히 걱정하는 어머니에게……라니, 설마)

그리고 카즈키는 충격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의 자신의 현 위치가 해롤드와 똑같다는 것을.
연쇄적으로 어떤 위화감이 생긴다. 그것은 시야의 높이에 기인했다.
확실히 두 발로 서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야가 상당히 낮아져 있었다.

이 이벤트 장면은 작중에서의 과거의 회상으로 그려져있다. 자세한 년도는 알 수 없지만 그 때의 해롤드는 10살 정도의 소년이었다.
다양한 요소가 싫은 결론을 나타냈다.

(혹시 나 해롤드가 되어 있는 건가……?)

그것은 엉뚱한 생각이다. 무슨 확증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머리를 스친 순간 등줄기에 강렬한 오한이 느껴졌다.

(아니 뭐라는 거야 나. 이것은 꿈이잖아, 평범하게 생각하자고)

싫은 예감을 떨치려고 자신에게 그렇게 타일렀다. 그것이 가장 상식적이고 그럴듯한 대답이니까.
하지만 이성이 이것은 꿈이라고 열심히 주장하더라도 감싸는 온기가 귀청을 때리는 호통이 현실감을 가지고 카즈키의 오감에 호소한다.

아무리 부정해도 이게 꿈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하겠어.

(그럼 뭐야, 이게 꿈이 아니라고 하면 역시 게임의 세계라는 거야? 있을 수 없잖아…… 하지만 이 생생한 느낌은 현실밖에….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게임의 세계는……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클라라 씨가 죽어 버린다!?)

이성과 본능, 이율배반적 사고로 딜레마에 빠진 카즈키는 그저 말려들 수 밖에 없다. 사고가 제자리를 반복하면서 생각을 멈추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과는 달리 몸이 자신의 의지와 분리된 것처럼 움직인다.
어머니의 팔을 빼내자 다리가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네놈의 목숨구걸 같은 것에 귀 기울일 가치가 없다. 그 더러운 피를 내가 직접 숙청해주지」

「기다려주세요, 아버지. 그 여자의 처형은 제게 맡겨주세요」


벽에 붙던 검을 가지고 하인을 바로 처벌 해버리려는 남자. 그 배후에서 해롤드가 제지의 말을 걸었다.

그것은 카즈키에게 있어서 화면상에서 낯익은 대사.
본래의 게임에서는 음성이 맞춰지지 않은 대사를 귀에 익은 해롤드의 목소리로 자신이 말하고 있었다. 그곳에 자신의 의사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너에게?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거냐」

「최근 새로운 마법을 배웠습니다. 그 실험대로 만들죠. 이런 열등한 것의 피로 방을 더럽히는것 보단 낫겠죠?」

자신의 입가가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카즈키의 생각과는 달리 악당 다운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카즈키에 웃음을 짓고 있을 여유는 조금도 없다. 영문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데다 몸이 자신의 의사와 달리 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공포였다.


그런 상태에서 재치를 부릴 만큼 카즈키는 풍부한 인생 경험을 쌓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임기응변에 능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인간은 냉정함과 우수한 것을 넘어선 엄청난 괴짜이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카즈키는 괴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 이벤트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허, 그것도 재밌겠군. 그 여자를 당장 지하감옥에 쳐넣어라!」

군복의 남자가 소리 치자 곧바로 나타난 병사에게 팔을 꺾여서 클라라는 끌려간다. 카즈키는 그 뒷모습을 마냥 바라볼 수밖에 없다.


​추하구나 혼혈들아. 자비를 베풀어주어 고용해줬건만 일 하나 제데로 못하니 원」​

​결국은 열등한 생물이구나. 해롤드의 마법의 시험대가 되니 도움이 될 뿐이야」

「흠.. 그것도 그렇군​」​


결국 버리는 물건을 보는 듯한 시선을 숨기려하지 않는 눈. 이 부부는 사용인인 클라라를 인간으로도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카즈키는 그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을 것이다. 그러나 혼란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진 카즈키의 귀에 부부의 언동은 전해지지 않는다.

도착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자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멍한 표정으로 실의 상태에 빠진지 수십분. 주위의 일은 고사하고 그로부터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떻게 이곳에 당도한 것인지 조차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의식이 뚜렷해 졋을때, 카즈키는 본 적이 없는 방에서 일인용 소파에 깊숙이 걸터앉아 시선을 허공에 맴돌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해롤드의 방인가?」

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초점 없이 헤엄치고 있던 눈으로 휘릭 방 안을 둘러본다.
게임 중에 등장한 적이 없어서 정확한 곳은 모르지만 방의 넓이와 캐노피가 달린 침대나 앉아 있는 소파 등의 가구에서 누군가의 개인실로 짐작하였다.

그 방의 한쪽에 성인 남성의 키를 넘는 큰 전신 거울이 있었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카즈키가 목을 울리다.

떨리는 무릎에 있는 힘을 담아 일어서며 미덥지 못한 발걸음으로 전신 거울로 향한다.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가설이 아닐 것을 기원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심장의 고동이 심해지면서 호흡도 빨라진다. 그래도 카즈키는 그 발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고개를 들어 올려 자신의 발만 보고 있던 얼굴을 천천히 올린다.
전신 거울과 마주보고 강하게 감고 있던 눈을 뜬다.

거기에 비추어졌던 것은 분명하게도 ---

「거짓말이지..?」

야박하게도 어린 시절로 보이는 해롤드의 모습이였다